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미니어쳐를 구해봤다
저기..있잖아 ㅎㅎ 스페이스마린 이라고 아니? ㅎㅎ 워해머??? ㅋㅋ 는 ?? ㅎㅎ 아... 뭐 ...그러니까 뭐 스타크래프트 같은건데... 우주에서 강화인간들이 기계갑옷 입고 나쁜놈들이랑 막 싸우는거야 ㅎ... 그왜 마린들 ㅋㅋㅋ 있잖아 ㅋㅋ 그거같이 ㅋㅋㅋ 저그 비슷한것도 있고 프로토스 같은 애들도 있는데 막 프로토스처럼 징그럽게 생긴 건 아니고 암튼... 그 뭐 SF 전쟁? 그런거거든? 그러니까 그걸 막 미니어처 모델로 만들어가지고 그거 가지고 체스처럼 막 그 스타크래프트같이 막 전쟁 싸우는 그런걸 하는거야... 주사위랑 줄자 가지고...
- 실제로 했던 말 -
자 2015년 여름인가 봄인가 쯤에 그전서부터 언제인가 한번쯤은 입문해보고싶었던 것 그러니까 테이블탑 미니어쳐 보드게임, 그 중에서도 워해머 40,000에 입문하게 된다. 여러 차례 나무위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를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이미지도 검색하고 PC로 나온 게임도 해보고 조금씩 그 만몇천년짜리 세계관에 조금씩 친해지다가 결국엔 결정을 내린거지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는 건 어디서 들어서 알고있었다.
사실 개별로 따지면 미치긴 했지.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것도 담배를 피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큰 돈 들어가는 취미가 있는것도 아니기도 해서 사실 다른 취미들에 비해 엄청나게 큰 부담은 아니지만 (혹은 아니라고 변명해보지만) 아무튼 2021년 현재 엄지손가락만한 미니어쳐 다섯마리 만들만한 부품이 몇장 들어있는 박스 하나가 5-7만원이라고 하면? 그걸 건프라같이 스냅핏이 아니라 접착제로 다 조립해야되고 밑칠도 도색도 전부 다 내가 해야된다는 거라면?
아무튼 리테일샵에 첫발은 내딛은것, 첫 게임을 해본 것, 첫 아미를 다 짜고 뭐시기 도색하고 사람들 만나고 업앤다운 샀던 코덱스가 종이쪼가리가 되고 새로 책이 나오고 판본이 바뀌고 한번 더 바뀌고 카드로 지르고 이베이로 사고 페이팔로 들이붓고 UPS로 기다리고... 아트나이프에 찔려 피가나고 도료를 엎고 주사위를 던지고 되돌아오는 줄자에 쳐맞고 17점대 0점으로 지고 리스트를 짜고 에이 시발 이정도면 됐지 하고 도색 때려치고 를 벌써 6년은 반복했다.
이 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일컫는 '보덕질'을 하는 동안 10년간 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졌고 그리고 만난 다른 사람과 헤어지고 그리고 만난 다른 사람과 헤어지고 몇번을 반복하고 약을 먹다가 끊다가 현장에 불이 났다가 꺼졌다가 일을 하다가 말다가 빚이 생기다 줄었다가 없어졌다가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고 정말 거지같이도 많은 일이 있었고 그럴때 마다 내 책상 한구석에는 스페이스마린이 있었다. 점점 증식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오래 보고 하는 취미가 맞다. 게임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이 대충 몇십만원 많으면 백만원단위도 가뿐하게 넘어가는데 컴퓨터 게임마냥 마음에 안들면 대충 지우고 말 것도 아니고. 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조립하고 색칠하고 모으고 프로젝트로 필요한걸 사고 계획을 짜서 개조하고 하는 그 모든것들에 내 애정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있으니까 그렇게 쉽게 팔아치우기도 없애버리기도 어려웠다. 앞으로도 어딘가 한구석에는 저 미니어쳐 모델들이 있을거같다 숫자는 줄어들지 안줄어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차에 이베이에서 87년도에 만들어졌다는 주석 미니어쳐 모델을 찾았다. 1985년 영국 노팅엄의 게임즈 웍샵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는 그 스페이스마린인 LE2 는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모델이었다.
상태는 진짜 쌉구린 상태였고 누가봐도 정말 오래전에 만들어진 그런 미니어쳐였다. 요새 나오는 미니어쳐들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이 아니라 주석이었고 메탈... 처음 생산된 그 로트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거의 35년전에 나온 미니어쳐인걸로 추정되었다 ㅋㅋㅋㅋㅋ 벌써부터 제목이랑 얘기가 다르기 시작하고 ㅋㅋㅋㅋ 아무튼 최초의 스페이스 마린 그 바로 직후에 나온 제품들이다. 가격도 12달러 정도면 솔직히 역사성을 생각해도 전혀 싼 게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네 제가 바로 그 흑우고 최초의 스페이스마린 LE2 보다도 몇배나 더 저렴하다... 사실 그걸 살려고 했는데 85년도래잖아...
이 최초의 스페이스마린 LE2는 2016년에 발매 30주년 기념으로 플라스틱으로 리뉴얼되서 한정판으로 다시 출시되었는데, 그때는 별로 살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ㅋㅋㅋ 나중에 살려고보니 판매가의 두세배로 뛰어버려서 지금은...일단 저 LE2와 한정판을 같이 사는게 아니라면 별로 의미는 없어 보여서 패스하기로 했다.
내가 87년생이니까... 뭔가 이 취미를 마무리한다? 혹은 어떤 이정표로 삼는다? 는 차원에서 이걸 사서 최고의 페인터한테 도색 의뢰를 맡겨 간직하는것도 좋은 뭐시기가 될 것 같았다. 전두환시절에 나온 모델이라니까 진짜! ㅋㅋㅋㅋㅋ 가끔 요새 입문하는 사람들 보면 우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모델이 있네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제 그런걸 바로 내 손 안에 거머쥔것이며 나보다 나이가 많은 모델은 없다... 대신 나와 나이가 같은 모델은 있지! 하하하하 뭐 이런 의미가 있다는 그런 뜻이다.
그래서 결국 저 어드밴싱 어쩌구를 결제했고 집에 도착해서 내 손안에 들어가기까지는 대충 한 2달 정도 걸렸던 거 같다. 댐유뻑킹코로나
35년을 거치는 세월동안 스페이스마린의 디자인도 여러차례의 리파인을 거쳐 이제는 거의 키가 2배정도 차이가 나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모든 버전을 다 수집 컴플리트 하진 않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십니까? 디자인 컨셉도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 지금 스페이스마린은 스토익한 스페이스 십자군기사단이지만 옛날 87년도의 임페리얼 마린은 쓰래쉬메탈 하드코어 거칠은 전쟁베테랑이니까. 가끔 옛날 Voivod 앨범커버 생각나기도 하고 아주...그... 난폭한 이미지가 있다.
아무튼 이 쪼꼬미들을 도색의뢰를 맡기려고 결심했고, 도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어떤 색을 어떻게 칠할 것인가? 또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를 결정해야 했고, 두번째 질문은 이전에도 의뢰를 맡겼던 '양파기사'님 께 부탁드리는 걸로 결정은 금방 되었지만, 어떤 컬러스킴을, 아니 더 정확히는 어떤 챕터-부대를 선택할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내가 수집하고 플레이하고 도색하는 스페이스 마린은 블랙 템플러스 라는 챕터=부대고, 어... 얘네야 말로 진짜 스페이스 우주 십자군 기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 모티브도 양 어깨뽕에 달린 부대 마크도 그렇고 물론 흉폭하고 선민사상에 쩌들어서 거의 나찌나 다름 없는 미친 애들이지만... 아무튼... 내가 얘네를 가지고 플레이한다고 또 이 역사-고증의 츄츄 트레인을 무시할 수 없는게 얘네는 워해머 40,000의 3판, 그러니까 1998년도나 되서야 세상에 빛을 본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87년도엔 없었어!
그러자면 근본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온통 어딜 둘러봐도 울트라마린즈 뿐이지만, 30여년 전에는 80년대에는 크림슨 피스트라는 챕터가 얼굴마담이었다. 1989년 Games Workshop과 데스메탈 밴드 Bolt Thrower가 콜라보해서 나온 Realm of Chaos 앨범에도 크림슨 피스트가 실려있었고, 최초의 워해머 40,000 게임 초판인 Rogue Trader 책 표지에도 크림슨 피스트가 실려 있었다. 로어 상으로는 크림슨 피스트와 블랙 템플러는 서로 사촌 격인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 나한테 있어서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챕터이기도 했고...
사실 로어 상으로는 최초의 스페이스 마린 챕터는 다크 엔절스라고 한다. 방금 위 짤에서는 맨 왼쪽 맨 첫번째 색깔이고 (온통 검은색에 헬멧에 빨간선) 또 사실 내가 이베이에서 샀던 모델도 이미 다크엔젤 스킴으로 도색이 되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설정상에서의 상징성보다는 제품으로서의 상징성을 좀 더 따지고 싶었고 다크엔젤이냐 크림슨피스트냐를 한참 고민한 결과 크림슨 피스트로 마음이 기울었고, 또 색깔 자체도 군청색이 검정색+빨간선 보다는 좀 더 돋보이기에 알맞은 것이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페인터분에게 연락을 드리고... 컨셉을 설명하고... 모델을 보내드리고 몇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완성이 되었다. 양파기사님 완성글 인스타링크
글 공개하는 이 시점에 아직 내 손에 없어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 음 넘나 만족한다...솔직히 나 이거 받으면 보덕질 더 안해도 될거같은 그런 마음임 ㅇㅇ;; NMM 팍팍 들어간 모던-페인팅 스킬로 87년도 모델을 도색하는거... 이거 이런게 뉴트로지나 훼이셜크림 아닌가요...